[인터뷰] '구닥다리·불편함의 반격'…놀면서 만든 '구닥', 通했다

[인터뷰] '구닥다리·불편함의 반격'…놀면서 만든 '구닥',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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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9-12 06:30:00
▲ 카메라 앱 '구닥'을 출시한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왼쪽)와 조경민 마케팅이사가 서울 서초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손진영 기자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시대, 잘 노는 4인방이 모였다. 놀이하듯 만든 '구닥(Gudak)' 애플리케이션(앱)은 추억이 켜켜이 쌓인 과거에서 새로운 놀이를 뽑아 호모 루덴스 시대의 트렌드를 겨냥했다.

구닥 앱은 오래된 필름카메라에 대한 '오마주(프랑스어로 감사, 경의, 존경을 뜻하는 말로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이나 작품에 대한 일종의 헌사를 의미함)'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이 대세가 된 IT 시대에 구닥다리가 돼 버린 필름카메라를 앱으로 구현했다. 일회용 필름카메라 뒷면을 빼닮은 화면부터 작은 뷰파인더, '치잉~팟', '찰칵' 하는 오래된 카메라 효과음까지 디테일도 세심하다.

구닥을 만든 스크루바(Screw Bar)의 강상훈 대표(39)는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풍요롭지만 공허하고 실체가 없는 현대 사회에서 구닥은 기다림에서 설렘을 찾는 재미를 지향한다"며 "사용하기 편리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구닥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오래된 가치에서 뽑아낸 콘텐츠에서 새로운 놀이와 재미를 찾는 셈이다.

▲ 카매라 앱 '구닥'.

구닥의 콘셉트는 '불편함'이다. 하루에 예전 필름 카메라 한 롤 분량인 24장밖에 찍을 수 없다. 다음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1시간을 기다려야 충전이 된다. 더 기가 막힌 점은 찍은 사진은 꼬박 3일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번져나가는 마당에 3일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그 사진은 빛 번짐, 왜곡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난다.

구닥 앱은 유료 앱이다. 가격은 1.09달러. 1200원~1300원 정도인데, 시장 반응을 놓고 보면 가히 신드롬적인 상황이다. 지난 7월 7일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폰 앱스토어 유료 앱 1위다. 고유 사용자 수는 79만명이다. 유료 앱이기 때문에 매출 규모는 수억원대다.

조경민 마케팅 이사(29)는 "지난 7일 기준으로 동남아뿐 아니라 북유럽을 포함해 총 13개국 애플 앱스토어 전체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굳이 3일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 강상훈 대표는 "3일은 망각의 시간"이라며 "3일이 지나가기 전에 보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 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경민 이사는 "옛날에는 기다림은 곧 불편함, 답답함이었는데 구닥이 기다림도 설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79만명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기가 많다 보니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유저 사이에 편법도 생겼다. 휴대폰 날짜 설정을 바꿔 사진을 미리 꺼내보는 식이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큰일이네' 싶었지만, 오히려 이런 편법을 공유하는 것조차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다시 시간을 돌리면 사진첩에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향후 업데이트도 구닥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선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3일의 기다림이나 셀프카메라(셀카) 등은 앞으로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강 대표는 "수많은 카메라 앱이 있지만 화질, 기능, 옵션이 너무 많아 다 쓰지를 못한다"며 "선택지가 많으면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 구닥은 옵션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 진짜 그 순간을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왼쪽)와 조경민 마케팅이사가 서울 서초구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손진영 기자

경쟁사가 카메라 앱이 아닌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스크루바답게 탄생도 남다르다. 유명 유학미술학원 원장인 강 대표와 동기·사제지간으로 만난 스크루바 멤버 4인방이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한 번 놀아보자'고 모인 놀이가 시발점이다. 만나서 모인 것은 '재미'지 일이 아니라는 스크루바 멤버는 모두 생업도 따로 있다. 강 대표는 서울 압구정의 유명 유학미술학원 원장, 조경민 이사는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최정민(37)씨는 의류업, 채정우(29)씨는 IT 기업의 개발자다. 강 대표는 오는 10월 말에는 인사동에 한 갤러리에서 전시도 할 예정이다.

첫 포트폴리오인 구닥이 신드롬을 세워 투자 제안도 많이 들어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커피, 환경 등 다양한 주제로 친구들을 만나듯 이 얘기 저 얘기를 버무리며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강 대표는 "팔리는 그림을 그리려다 보면 정작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못 그릴 수 있듯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며 "스크루바가 업이 되면, 돈을 벌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못 버틸 수도 있다. 재밌는 걸 만들려면 취미처럼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민 이사는 "일반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 시간 이후 일하는 것이 싫었지만, 구닥은 재미로 하는 일이다 보니 새벽 한 두시에도 '재밌겠다' 하면서 일을 하게 돼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자발적 노예'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크루바에서는 데드라인(마감 시간)이 없다. 역할 분담도 확실해 마케팅·기획·디자인 등 각자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다.

놀이하듯 만든 구닥의 성공은 창업에 도전하는 20대에게 의미가 있다고 스크루바 멤버들은 입을 모았다. 조경민 이사는 "하이라이트도 경기 도중에 나오는 법"이라며 "창업에 부담감을 느껴 너무 열심히 연습만 하고 고민만 하기 보다는 골을 넣든 먹히든 직접 뛰어보라"고 조언했다.

스크루바의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더 크게는 SNS도 구상 중이다. 강 대표는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불편함에 대해 다르게 봤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이런 면에서 까탈스러울 수 있지만 '이 팀은 재밌는 걸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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